Zero no Tsukaima Korean Version:Volume1 Chapter3

From Baka-Ts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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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콜베르는 트리스테인마법학원에서 근무한지 20년, 중견의 교사이다. 그의 두번째 이름은 '염사의 콜베르'. '불꽃'계통의 마법을 특기로 하는 메이지이다. 그는 어제의 '봄의 사역마 소환' 중에 루이즈가 불러낸 평민소년의 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소년의 왼손에 나타난 룬이 신경쓰여 어쩔줄을 모르는 것이다. 희귀한 룬이였다. 그래서, 어젯밤부터 도서관에 틀어박혀 서적을 조사하고 있었다.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의 도서관은 식당이 있는 본탑의 안에 있었다. 책장은 놀랄정도로 커다랗다. 대략 30미터정도의 높이인 책장이 벽쪽에 나란히 놓여져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것도 그런것이 이곳에는 시조 브리밀이 할케기니아의 신천지를 다진 이후의 역사가 가득채워져 있는 것이다. 그가 있는 곳은 도서관 안의 한 구획, 교사만이 열람을 허락받은 '페니아의 라이브러리'의 안이었다. 학생들도 자유롭게 열람할수 있는 일반적인 책장에는 그가 만족할만한 대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레비테이션', 공중을 부유하는 주문을 사용해 손이 닿지않는 책장까지 떠올라, 그는 일심불란하게 책을 파고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보답을 가져다 주었다. 그는 한권의 책의 기술에 주목했다. 그것은 시조 브리밀이 사용했던 사역마들이 기술된 고서였다. 그 안에 기록된 한 구절에 그는 눈을 빼았겨버렸다. 면밀히 그 부분을 읽고 있는 도중에,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고서의 한 구절과, 소년의 왼손에 나타난 룬의 스켓치를 비교한다. 그는 앗, 하는 말로 할수 없는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순간, '레비테이션'을 사용하기 위한 집중이 풀려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다. 그는 책을 안고서 서둘러서 바닥에 내려와 달려나간다. 그가 향하는 방향은, 학원장실이었다.

학원장실은, 본탑의 최상층에 있다.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의 학원장을 맡고 있는 오스만씨는, 하얀 수염과 머리를 흔들며, 중후한 장식의 세코이아로 된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서, 지루함과 싸우고 있었다. 멍하게 콧털을 뽑는다던가, 천천히 '음'하고 중얼거리곤 서랍을 꺼냈다. 안에서 물담뱃대를 들어올린다. 그것을, 방 가장자리에 놓여진 책상에 앉아 필기를 하고 있던 비서의 미스 롱빌이 깃털펜을 흔들었다. 물담뱃대는 공중에 떠올라 미스 롱빌의 자리에 날아갔다. 재미없다는 듯이 오스만씨는 중얼거린다.

[늙은이의 즐거움을 빼앗아놓고, 즐거운겐가? 미스..] [올드 오스만. 당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저의 일입니다.]

오스만씨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이지적인 얼굴이 매력적인 미스 롱빌에게 다가간다. 읜자에 앉아있는 롱빌의 뒤에 서서, 근엄하게 눈을 감았다.

[이런 평화스런 날들이 계속 이어질때는, 시간을 쓰는 법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인게야.]

오스만씨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이, 그가 보낸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백세라거나, 삼백세라고도 불리워지고 있다. 진짜 나이가 몇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본인조차 모를지도 모른다.

[올스 오스만.]

미스 롱빌은 양피지위를 달리는 깃털펜으로 부터 눈을 떼지않고 말했다.

[왜그러나? 미스...] [한가하다고 해서 저의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그만둬 주십시요.]

오스만씨는 입을 절반쯤 열고, 비척비척 걷기 시작했다.

[상황이 안좋아 지면, 치매흉내를 내는 것도 그만둬 주십시요.]

어디까지나 냉정한 목소리로, 미스 롱빌이 말했다. 오스만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깊고, 고뇌가 새겨진 함숨이었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겐가? 생각해본적이 있나? 미스....] [적어도 저의 스커트 안쪽에는 없기때문에, 책상에 아래에 쥐를 숨겨두는 것은 그만둬 주십시요.]

오스만씨는 얼굴을 떨궜다. 슬픈듯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모토소그닐.]

미스 롱빌의 책상 아래에서, 작은 생쥐가 나타났다. 오스만씨의 다리를 타고 올라 어깨에 착하고 앉아서는 머리를 갸웃한다. 주머니에서 땅콩을 꺼내서 쥐의 얼굴앞에서 흔들었다. 찍찍하고 쥐가 기뻐하고 있었다.

[마음을 맡길만한 친구는 너뿐이구나, 모토소그닐.]

쥐는 땅콩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다 갉아먹자, 다시 찍찍하고 울었다.

[오냐오냐. 좀더 먹고 싶으냐. 옳지, 더 주마. 그 전에 보고를 해야지. 모토소그닐.]

찍찍.

[그러냐. 흰색이냐. 순백인게냐. 음. 하지만, 미스 롱빌은 검은색이 어울려. 그렇게 생각안하느냐. 모토소그닐.]

미스 롱빌의 눈썹이 움직인다.

[올드 오스만.] [왜그런가?] [계속하신다면, 왕실에 보고하겠습니다.] [갈! 왕실이 무서워서 마법학원 학원장을 맡을 수 있겠는가!]

오스만씨는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늙고 약해진 노인으로 생각하기 힘든 박력이었다.

[속옷을 보여진 정도로 화내지 마시게! 그런 식이니까 혼기를 놓치는 게야. 하아~, 다시 젋어지는 구만~, 미스...]

올드 오스만은 미스 롱빌의 엉덩이를 당당하게 매만지가 시작했다. 미스 롱빌은 일어섰다. 그러고 나선, 말없이 상사를 차날린다.

[미안. 하지말아줘. 아파. 이제 안할게. 정말로.]

올드 오스만은 머리를 감싸고서 엎드린다. 미스 롱빌은 거친 숨결로 오스만씨를 계속 찬다.

[아얏! 늙은이를. 자네. 그런식으로. 이놈! 아얏!]

그런 평온한 시간은, 갑작스런 침입자로 깨어졌다. 문이 콰당!하고 기세좋게 열리고, 문 안으로 콜베르가 뛰어들어왔다.

[올드 오스만!] [무엇인가?]

미스 롱빌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책상에 앉아있다. 오스만씨는 손을 뒷짐지고서, 근엄하게 침입자를 맞아들였다. 빠르기도 했다.

[크, 큰일입니다.] [큰일같은게 있을것 같은가. 전부 소소한 일일세.] [이이, 이걸 봐주십시오!]

콜베르는 오스만씨에게 아까전까지 읽고 있던 책을 넘겼다.

[이건 '시조 브리밀의 사역마들'이 아닌가. 또오 이런 곰팡내나는 문헌따위에 들떠서는. 그럴 틈이 있다면, 늘어진 귀족들에게서 학비를 징수할만한 좋은 수를 생각해두게나. 미스터.....뭐었던가?]

오스만씨는 머리를 갸웃했다.

[콜베르 입니다! 잊으셨습니까!] [맞아맞아. 그런 이름이었구만. 자넨 아무래도 말이 서둘러서 안돼. 그래, 콜베르군. 이 책이 어떻게 되었다는겐가?] [이것도 봐주십시오!]

콜베르는 사이토의 손에 나타난 룬의 스켓치를 넘겼다. 그것을 보는 순간 오스만씨의 표정은 변해있었다. 눈이 빛나고, 엄한 색이 감돈다.

[미스 롱빌. 자리를 비우게.]

미스 롱빌은 일어섰다. 그리고 방을 나선다. 그녀의 퇴실을 바라보며, 오스만씨는 입을 열었다.

[자세한 설명을 해보게나. 미스터 콜베르.]


루이즈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교실의 정리가 끝난것은, 점심시간의 전이였다. 벌로써, 마법을 사용해서 수리하는 것은 금지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 것이였다. 라고는 해도 루이즈는 거의 마법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다지 의미는 없었다. 미세스 슈브르즈는 폭풍에 휘말려 날아간지 두시간 후에 의식을 되찾고, 수업에 복귀했지만, 그날 하루는 '연금'의 강의는 하지 않았다. 트라우마가 되버린것 같았다. 정리를 끝낸 루이즈와 사이토는,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가는 길에, 사이토는 몇번이나 루이즈를 놀려댔다. 뭐라해도, 루이즈의 탓으로 아까전까지 중노동을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창유리는 나른것은 사이토였다. 무거은 책상을 나른것도 사이토였다. 재투성이 되버린 교실을, 걸레로 닦은 것도 사이토였다. 루이즈는 투덜투덜거리며 책상을 닦은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는 것은 바닥. 밥은 부실. 덤으로 속옷의 세탁(아직 하진 않았지만). 그런 식으로 사이토를 괴롭히는 루이즈의 약점을 발견하고, 입다물고만 있을리는 없다. 바로 이때라는 듯이 사이토는 루이즈를 마구 놀려댔다.

[제로의 루이즈. 과연.말하고 보니 묘하네요. 성공의 가능성은 제로. 그런데도 귀족. 훌륭합니다.]

루이즈는 말이 없었다. 사이토는 들뜬 채였다.

[연금! 아! 투콰앙! 연금! 아! 투콰앙! 실패입니다! 제로뿐이어서 실패입니다!]

루이즈의 주위를 그런식으로 놀려대면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투콰앙 이라고 말할때는 양팔을 올려서 폭발을 표현했다. 세밀한 연출이였다.

[루이즈 아가씨. 이 사역마,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사이토는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 물론, 바보취급하는 것이다. 얕보는 것이기도 하다. 루이즈의 눈썹이 실룩실룩 움직이고 있다. 폭발직전이었지만, 들떠있는 사이토는 눈치채지 못했다.

[노래해보렴?] [루이루이루이즈는 무능루이즈. 마법이 안돼는 마법사. 그치만 괜찮아! 여자아이인걸...]

사이토는 배를 잡으며 웃었다.

[푸앗하하하!]

자기가 말하고 웃었다. 못된 녀석이다.

식당에 도착하고서, 사이토는 의자를 빼주었다.

[자아 아가씨. 요리에 마법을 걸어서는 아니됩니다. 폭발해버리면, 큰일이니까.]

루이즈는 아무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사이토는 여러가지로 루이즈를 놀리는 것이 가능해서인지, 만족하고 있었다. 건방지고 거만한 루이즈에게 한방 되갚아 주었다. 빈약한 식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접시에 담겨진 가난뱅이 같은 스프와 빵이 가슴아팠지만, 방금전 실컷 비웃게 해줬으니, 이걸로 땡이었다.

[그러면, 시조 아무개. 여왕님. 정말로 자그맣고 빈약한 식사를 빌어먹을. 잘먹겠습니다.]

먹으려고 하는 순간, 그 접시가 휘익하고 올라가 버렸다.

[뭐하는거야!] [이이이....] [이이이?]

루이즈의 어깨가 분노로 흔들리고 있었다. 소리도 흔들리고 있다. 아무래도 식탁에 도착하기 전까지, 넘쳐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던것 같다. 효과적인 체벌을 가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이이, 이 사역마는, 주주주, 주인님에게, 무무무,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사이토는 지나쳤던 것에 눈치챘다.

[미안. 더는 안할테니까, 내 먹이 좀 돌려줘.] [안돼! 저어얼대로! 안돼!]

루이즈는 귀여운 얼굴을 분노로 일그러뜨리며, 외쳤다.

[제로라고 말한 수만큼, 밥은 없어! 이거 절대! 예외 없음!]


결국, 사이토는 점심에는 손도 못댄체로 식당을 나왔다. 비아냥 거리지 않는것이 좋았다.... 후회막급, 이었다.

[하아, 배고프다..... 제길.....]

배를 감싸고선, 벽에 손을 대었다.

[무슨일이신가요?]

뒤돌아보니, 커다란 은제 트레이를 가지고, 메이드의 복장을 한 순박한 느낌의 소녀가 걱정된다는 듯이 사이토를 바라보고 있다. 머리띠로 정리한 검은 머리와 주근깨가 귀엽다.

[아무일도 아니야.....]사이토는 왼손을 흔들었다. [당신, 혹시 미스 바리엘의 사역마가 됬다고 하는...]

그녀는 사이토의 왼손에 새겨진 룬을 보고 알아챈것 같았다.

[알고있어?] [예에. 아무래도, 소환의 마법으로 평민을 부르고 말았다라고. 소문이 돌고 있어요.]

여자아이는 빙그레 웃었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본, 거리낌없이 웃는 얼굴이었다.

[너도 마법사?]사이토는 물어보았다. [아니요, 저는 다릅니다. 당신하고 같은 평민이에요. 귀족 분들을 모시기 위해서 이곳에서 봉사드리고 있는 것이에요.]

평민이 아니고 지구인이지만, 설명하는 만큼 헛수고 일것이다. 사이토는 얌전하게 인사했다.

[그래..... 나는 히라가 사이토. 잘부탁해.] [특이한 이름이네요..... 저는 시에스타라고 합니다.]

그 순간, 사이토의 배가 울었다.

[배가 고프신거군요.] [응....] [이쪽으로 와주세요.]

시에스타가 먼저 걸어갔다.


사이토가 끌려온 곳은, 식당의 뒤편에 있는 주방이었다. 커다란 냄비나, 오븐이 몇개정도 놓여져 있다. 요리사나, 시에스타와 같은 메이드들이 바쁘게 요리를 만들고 있다.

[잠깐 기다려 주세요.]

사이토는 주방의 구석진 곳에 놓여진 의자에 앉혀놓고, 시에스타는 종종걸음으로 주방의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접시를 않고서 돌아왔다. 접시의 안에는, 따뜻한 스튜가 들어있었다.

[귀족분들이 드실 요리의 남은 것으로 만든 스튜에요. 괜찮으시다면 드셔주세요.] [괜찮아?] [예. 요리사들이 먹을 것이지만....]

그 상냥함에 눈물이 핑 돌고 만다. 루이즈가 내준 스프와는 천차만별이다. 스푼으로 한숟갈 떠서 입으로 옮긴다. 맛있다. 울것만 같다.

[맛있어. 이거.] [다행이다. 좀더 있으니까, 천천히 드세요.]

사이토는 정신없이 스튜를 먹었다. 시에스타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그런 사이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식사, 드시지 못한것가요?] [제로의 루이즈라고 말했더니, 화내면서 접시를 뺏어갔어.] [저런! 귀족에게 그런 말을 하면 큰일나요!] [뭐-가 귀족이야. 그저 마법을 쓰는 정도로 재기는.] [용감하시네요....]

시에스타는 아연한 얼굴로 사이토를 바라보았다. 사이토는 텅빈 접시를 시에스타에게 돌려주었다.

[맛있게 먹었어. 고마워.] [다행이다. 배가 고프시다면, 언제라도 와주세요. 저희들고 먹고 있는 것으로도 괜찮으시다면 준비할테니까요.]

기쁜일을 말해준다. 사이토는 다시 눈물이 핑돌았다.

[고마워.....]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는 사이토를 보고, 시에스타는 놀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왜, 왜그러세요.] [아니....나, 이쪽으로 와서 상냥하게 대해준게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감격했어요...] [그, 그런, 허풍은...] [허풍따위는 아냐. 내가 뭔가 할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해줘. 도와줄께.]

루이즈의 속옷의 세탁따위는 할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녀의 보조라면 하고 싶었다.

[그럼 디저트를 나르는 것은 도와주세요.]

시에스타는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응]사이토는 크게 끄떡였다.

커다란 은제 트레이에, 디저트로 쓸 케잌이 놓여져 있다. 사이토는 그 트레이를 밀고, 시에스타는 집게로 케잌을 집어서, 한개씩 귀족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금발의 곱슬머리의, 프릴이 붙은 셔츠를 입은, 아니꼬운 메이지가 있었다. 장미를 셔츠의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었다. 주변의 친구들이, 제각기 그를 놀리고 있었다.

[야, 기슈! 너 이번엔 누구랑 사귀고 있는거야!] [누가 애인이냐? 기슈!]

아니꼬운 메이지는 기슈라고 하는 것 같다. 그는 살짝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사귀어? 나는 그런 특정의 여성은 없는 거야. 장미는 수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피는 것이니까.]

자기를 장미에 빗대고 있다. 구제불능이라고 할 정도로 아니꼽다. 보고 있는 이쪽이 창피해질 정도의 나르시스트다. 사이토는 죽어주라 라고 생각하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 기슈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유리도 된 작은 병이었다. 안에는 보라색의 액체가 흔들리고 있다. 마음에 안드는 녀석이지만, 떨어뜨린 건 떨어뜨린거다. 가르져주자. 사이토는 기슈에게 말했다.

[어이, 주머니에서 병이 떨어졌다.]

하지만, 기슈는 돌아보지 않는다. 이자식, 무시하는거냐. 사이토는 시에스타에게 트레이를 잡게 하고, 쭈그리고서 작은 병을 줏었다.

[떨어뜨린 물건이다. 제비.]

작은 병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기슈는 쓴물이라도 들이킨듯한 표정으로 사이토를 바라보더니, 작은 병을 밀어냈다.

[이건 내 물건이 아니야. 자네는 무엇을 말하는 건가?]

작은 병이 나온 곳을 눈치챈 기슈의 친구들이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오오? 그 향수는, 혹시 몽모랑시의 향수가 아닌가?] [맞아! 그 선명한 보라색은, 몽모랑시가 자기만을 위해서 조합했다는 향수다!] [그거냐, 기슈, 너의 주머니에서 떨어졌다는 것은, 즉 너는 지금, 몽모랑시와 사귀고 있다. 그렇지?] [아니야. 알겠어? 그녀의 명에를 위해서 말해두지만....]

기슈가 뭐라고 변명하려는 때, 뒤쪽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갈색망토의 소녀가 일어서서, 기슈의 자리고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밤색의 머리를 한, 귀여운 소녀였다. 두르고 있는 망토의 색으로 보아, 1학년인 것일까.

[기슈님....]

그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역시, 미스 몽모랑시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거다. 케티. 알겠어, 나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것은 너뿐이야.....]

하지만 케티라고 불린 소녀는 있는 힘껏 기슈의 뺨을 때렸다.

[그 향수가 당신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것이 확실한 증거예요! 안녕히!]

기슈는, 뺨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먼 자리에서 한명의 훌륭한 롤빵머리의 소녀가 일어섰다. 사이토는 그 소녀를 본적이 있었다. 분명히, 사이토가 이 세계에 불려 나왔을 때에, 루이즈와 말싸움을 했던 여자아이다. 엄숙한 얼굴로, 따각따각따각하고 기슈의 자리가지 왔다.

[몽모랑시. 오해다. 그녀와는 단지 함께, 라 로슈의 숲까지 말타고 간것 뿐이...]

기슈는 목을 흔들면서 말했다. 냉정한 태도를 취하는 것 같지만, 식은땀이 한방울 뺨을 타고 흐른다.

[역시, 저 1학년에게 손을 댄 것이네?] [부탁이야. '향수'의 몽모랑시. 활짝 핀 장미와 같은 얼굴을, 그처럼 분노로 일그러뜨리기 말아줘. 나까지 슬퍼지게 되잖아!]

몽모랑시는, 테이블에 놓여진 와인병을 쥐고서, 내용물을 콸콸 기슈의 머리위에 뿌렸다. 그리고.....

[거짓말쟁이!]

라고 소리지르며 떠나갔다. 침묵이 흐른다. 기슈는 손수건을 꺼내고, 천천히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며 연극을 하듯이 말했다.

[저 레이디들은, 장미의 존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이토는 평생 그러고 살아라, 라고 생각하면서, 시에스타에게서 은제 트레이를 받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 사이토를 기슈가 불러 세웠다.

[기다리게.] [뭐야.]

기슈는, 의자위에서 몸을 회전시키고, 사삭!하고 다리를 꼬았다. 그 하나하나 아니꼬운 몸짓에 두통이 인다.

[자네가 경솔히, 향수의 병같은 걸 줏은 탓에, 두사람의 레이디의 명예가 상처입었다. 어떻게 해줄텐가?]

사이토는 질린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다리 걸친 니놈이 나빠.]

기슈의 친구들이 와하고 웃었다.

[그말 대로다 기슈! 네가 나빠!]

기슈의 얼굴에, 조금씩 붉은 기가 감돈다.

[알겠나? 급사군. 나는 자네가 향수의 병을 테이블에 놓았을 때, 모른 척을 했지 않은가. 말을 맞춰줄 정도의 재치가 있는게 좋지 않겠나?] [어떻게 되었든, 양다리는 금방 걸린다고. 또, 나는 급사가 아니야.] [흥....아아, 자네는.....]

기슈는 바보취급하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분명히, 그 제로의 루이즈가 불러낸, 평민이었지. 평민에게 귀족의 재치를 기대한 내가 틀렸었군. 가보게나.]

사이토는 화가 치밀었다. 확실히 미소년이기는 하지만, 이런 아니꼬운 나르시스트에게, 그런 말을 듣고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쓸데없는 한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시끄러 아니꼬운 자식. 평생 장미나 물고 있어라.]

기슈의 눈이 빛났다.

[아무래도, 자네는 귀족에 대하는 예의를 모르는것 같다.] [공교롭게도, 귀족같은건 한명도 없는 세계에서 와서리.]

사이토는 기슈의 몸짓을 흉내내, 오른 손을 들어, 아니꼬운 자세로 말했다.

[좋겠지. 자네에게 예의란걸 가르쳐 주지. 마침 좋은 운동이로군.]

기슈가 일어섰다.

[재밌는데.]

사이토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우선, 이녀석은 첫인상부터 마음에 안들었다. 루이즈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귀여운 여자아이를 두사람이나 사귀었다. 덤으로 나를 바보 취급했다. 싸움을 하기엔 과분할 정도의 이유다. 루이즈에게 바보취급당한 분도 더해서, 패주지. 그녀석은 일단 여자아이니까!

[여기서 할꺼냐?]

사이토가 말했다. 기슈는 사이토보다 키는 크지만, 매말라서 힘은 없는 것 같다. 제비, 돈과 힘은 없는법, 이다. 사이토도 그렇게 강한것은 아니지만, 질것이라고는 생각이 안든다. 키슈는 빙글 몸을 뒤집었다.

[도망치는 거냐!] [웃기지 말아라. 귀족의 식탁을 평민의 치로 더럽힐까보냐. 베스트리의 광장에서 기다리겠다. 케잌을 다 나른 뒤에 오게나.]

기슈의 친구들이, 신난다는 얼굴로 일어서서, 기슈의 뒤를 쫓는다. 한명은 테이블에 남았다. 사이토를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감시를 할 생각인것 같다. 시에스타가 부들부들 떨면서 사이토를 바라보았다. 사이토는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저런 비실이한테 질것 같아 라고. 뭐가 귀족이냐.] [다, 당신, 살해당할거예요....] [하아?] [귀족을 정말로 화나게 했다간.....]

시에스타는, 파악하고 뛰어서 도망가버렸다. 대체뭐야, 라고 사이토가 중얼거렸다. 저녀석, 그렇게 센건가? 뒤쪽에서부터 루이즈가 달려왔다.

[너! 뭐하는 거야! 다 봤다고!] [여어 루이즈.] [여어가 아니야! 왜 제멋대로 결투따위 약속해버린거야!] [그치만, 저자식이 너무 열받게 하니까...]

사이토는 계면쩍게 말했다. 루이즈는 한숨을 내쉬고,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움츠렸다.

[사과해둬.] [어째서?] [다치고 싶지 않다면, 사과해둬. 지금이라면 용서해줄지도 모르니까.] [웃기지마! 어째서 내가 사과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먼저 바보취급한 것은 저쪽이라고. 대체, 나는 친절히....] [됐으니까.]

루이즈는 강한 태도로 사이토를 바라보았다.

[싫은데.] [벽창호네... 저기말야? 절대로 이길리 없고, 너는 다칠거야. 아니, 다치는 것으로 끝나는게 운이 좋은거라고!] [그런거,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잖아.] [듣고있어? 메이지에게 평민은 절대로 이길수 없어!] [베스트리의 광장은 어디야?]

사이토는 걷기 시작했다. 루이즈와 사이토의 말싸움을 지켜보던 기슈의 친구중 한명이 턱을 치켜올렸다.

[이쪽이다. 평민.] [아아 정말! 정말로! 사역마인 주제에 자기 멋대로만 한다니깐!]

루이즈는 사이토의 뒤를 쫓았다. 제 3화 전설 下

베스트리의 광장은 마법학원의 부지내, '바람'과 '불꽃'의 탑 사이에 있는 중앙정원이었다. 서쪽에 있는 광장이어서, 그곳은 한낮에도 햇빛은 그다지 내리쬐지 않는다. 결투에는 딱 들어맞는 장소이다. 하지만.... 소문을 들은 학생들로, 광장은 넘쳐나고 있었다.

[제군! 결투다!]

기슈가 장미의 조화를 들었다. 우오옷-! 하고 환성이 휘몰아친다.

[기슈가 결투한다! 상대는 루이즈의 평민이다!]

나에게도 이름이 있다고...라고 사이토는 쓰디쓰게 생각했다. 기슈는 팔을 흔들며, 환성에 답하고 있다. 그리고, 겨우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는 듯이, 사이토가 있는 방향으로 돌았다. 사이토와 기슈는, 광장의 한가운에 서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찌됐든, 도망치지 않고 찾아온 것은 칭찬해주지.]

기슈는 장미 꽃을 만지작 거리며, 노래하듯이 말했다.

[누가 도망가냐.] [자 그럼, 시작해볼까.]

기슈가 말했다. 말하는 것이 빠를까, 사이토는 달려나갔다. 싸움은 선수필승이다! 기슈가지는 대략 열걸음 정도의 거리다. 메이지인지 귀족인지 모르겠지만, 저 거만한 콧대를 쳐서 꺽어주지. 기슈는 그런 사이토를 여유로운 웃음으로 바라보면서, 장비의 조화를 흔들었다. 꽃잎이 한장, 공중에서 춤춘다고 생각하니... 갑옷을 입은 여전사의 모양을 한 인형이 되었다. 신장은 인간과 비슷한 정도지만, 단단한 금속제인것 같다. 엷은 햇빛을 받고, 그 피부는......, 갑옷이 번뜩였다. 그녀석은 사이토의 앞을 가로 막았다.

[뭐, 뭐야 이건!] [나는 메이지다. 그러니 마법으로 싸우지.설마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네,네놈....] [말하는 것을 잊었군. 나의 두번째 이름은 '청동'. 청동의 기슈다. 따라서, 청동의 골렘 '왈큐레'가 상대한다.] [엣?]

여전사의 모습을 한 골렘이 사이토를 향해 돌진해왔다. 골렘의 오른 주먹이, 사이토의 배를 파고든다.

[커흡!]

사이토는 주저앉아, 지면을 굴렀다. 무리도 아니다. 청동제의 주먹이, 배에 쳐박힌 것이다. 그런 사이토를, 망연히 골렘이 내려다보고 있다. 하지만, 괴로워서 일어설 수 없다. 프로 복서의 주먹을, 배로 받는다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벌써 끝이야?]

기슈가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인파속에서 루이즈가 뛰어나왔다.

[기슈!] [오오 루이즈! 미안한데. 네 사역마한테 조금 빛이 있어서 말야!]

루이즈는 긴 머리를 흔들며, 잘 퍼지는 목소리로 기슈에게 소리쳤다.

[적당히 해둬! 대체말야, 결투는 금지잖아!] [금지되있는 것은 귀족들 간의 결투야. 평민과 귀족 사이의 결투는 누구도 금지하고 있지 않아.]

루이즈는 할말이 막혔다.

[그, 그건, 그런일이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루이즈, 너는 거기의 평민을 좋아하는 거야?]

루이즈의 얼굴이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누가! 그만둬줘! 자기의 사역마가, 뻔히 보이는 데서 다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잖아!] [....누, 누가 다쳤다고? 나는 아직 멀쩡하다고.] [사이토!]

일어선 사이토를 보며, 루이즈가 비명과 같은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헤헤헤, 너 겨우 내 이름을 불렀구나.]

루이즈는 떨고 있었다.

[이제 알았지? 평민은, 절대로 메이지에게 이길수 없어!] [...조, 조금 방심했다. 됐으니까 비켜봐.]

사이토는 루이즈를 내밀었다.

[이런이런,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곤 생각치도 못했는데...... 너무 적당히 했나?]

기슈가 사이토를 도발했다. 사이토는 천천히, 기슈를 향해서 걸어갔다. 루이즈가 그 뒤를 쫓아가서 사이토의 어깨를 잡았다.

[자고있어! 바보! 어째서 일어서는 거야!]

사이토는 어깨에 놓여진 손을 치워냈다.

[열받으니까.] [열받아? 메이지한테 졌다는 건 창피한 일도 아니야!]

사이토는 비틀비틀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시끄러.] [에?] [어지간히, 열받는다고....메이지인지 귀족인지 모르겠지만 말야. 너희도 모이고 모여서는 재고있질 않나. 마법이 그렇게 대단하냐고. 바보냐.]

기슈는 엷게 웃음을 띄우면서, 그런 사이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는 만큼 헛수고라고 생각하네만은.]

사이토는 가지고 있는 승부근성을 발휘해서, 짧게 말했다.

[전혀 안듣는데. 네놈의 동상, 약해빠졌어.]

기슈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골렘의 오른 손이 날아, 사이토의 얼굴을 덮친다. 제대로 뺨에 먹혀서, 사이토는 날려졌다. 코가 부러졌는지, 코피가 터져나온다. 사이토는 코를 누르면서, 멍하니 생각했다. 죽겠는데...., 이게 메이지의 힘인가. 어느정도 싸움은 해본적이 있지만, 이런 펀치는 먹어본적이 없었다. 그래도 비틀비틀 거리며 일어선다. 기슈의 골렘이 용서없이 그런 사이토를 차날렸다. 일어선다. 맞는다. 제한없이 그것이 반복되었다. 여덟번째의 펀치는 사이토의 오른팔에 맞았다. 둔한 소리가 났다. 왼쪽 눈은 한참전에 부어서 이젠 보이지가 않는다. 오른쪽 눈으로 팔을 확인해본다.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휘어져 있다. 골렘의 다리가, 멍하니 부러진 팔을 바라보는 사이토의 얼굴을 짖밟는다. 머리를 지면에 세게 부딪혀서, 사이토는 일순간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니, 푸른 하늘을 뒤로한 루이즈의 얼굴이 보였다.

[부탁이야. 이제 그만해.]

루이즈의 갈색 눈동자가 젖어있었다. 사이토는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얻어맞은 팔이 아파서, 목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목소리를 쥐어짰다. 기력으로 내뱉었다.

[....울고 있는거냐? 너.] [울고있지 않아. 누가 운다는 거야. 이제 됐잖아. 너는 잘 해냈어. 이런 평민, 본적도 없단 말야.]

부러진 팔이, 바작바작하고 아파온다. 사이토는 입술을 찡그렸다.

[아파..] [아픈게 당연하잖아. 당연한 거잖아. 뭘 생각하는 거야.]

루이즈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흘렀다. 그것이 사이토의 뺨에 닿았다.

[너는 내 사역마이니까. 이 이상, 제멋대로 구는 것은 용서못해.]

그런 두사람에게, 기슈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끝났어?] [....잠깐 기다려. 휴식좀 하자.] [사이토!]

기슈는 미소지었다. 그리고, 장미의 꽃을 흔들었다. 한자의 꽃잎이, 한자루의 검을 바뀌었다. 기슈는 그것을 잡고는, 사이토를 향해서 던졌다. 그 검은, 지면과 반대로 가로놓인 사이토의 옆의 지면에 꽃혔다.

[자네, 이이상 계속할 마음이 있다면, 그 검을 쥐게. 그게 아니라면, 한 마디만 하게나. '죄송합니다.'라고. 그걸로 화해하는게 어떤가.] [장난치지마!]

루이즈가 일어서서 소리쳤다. 하지만 기슈는 신경쓰지도 않은채, 할말을 계속했다.

[알겠나? 검이다. 즉 '무기'다. 평민따위가, 하다못해 메이지에게 한 번이라도 물어뜯으려고 갈고 닦은 송곳니다. 아직 물을 생각이 있다면, 그 검을 쥐어라.]

사이토는 그 검에, 서서히 오른 손을 뻗었다. 부러져 있기 때문에 손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 오른손은 루이즈에게 막힌다.

[안돼! 절대로 안된다니까! 그걸 잡으면, 기슈는 용서하지 않을꺼야!] [내가 원래 있던 세계는, 못가. 여기서 살수밖에 없다는 거지.]

사이토는 혼자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눈은 루이즈를 비추지 않고 있다.

[그래. 그게 어쨋다는 거야! 지금은 관계 없잖아!]

루이즈가 꽉하고, 사이토의 오른손을 잡아 당겼다. 사이토는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사역마라도 좋아. 자는 건 바닥이라도 좋아. 밥이 맛없는 것도 좋아. 속옷따위, 빨아주겠어. 살기 위해서다. 할 수 없어.]

사이토는 거기서 말을 끊은후 왼 주먹을 말아쥐었다.

[하지만...] [하지만, 뭐야...] [숙이기 싫은 머리는, 숙일 수 없어.]

사이토는 최후의 기력을 쥐어짜내 일어섰다. 루이즈를 밀어내고, 왼손으로 지면에 꽂힌 검을 잡았다. 그 순간..... 사이토의 왼손에 새겨진 룬의 글자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장소를 바꿔서, 이곳은 학원장실. 미스터 콜베르는, 거품을 날리며 오스만씨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봄의 사역마 소환의 의식에서, 루이즈가 평민의 소년을 불러내 버린 것. 루이즈가 그 소년과 '계약'을 한 증명으로 나타난 룬 문자가 신경쓰인 것. 그것을 조사해 보니......

[시조 브리밀의 사역마 '간달브'에 다달았다, 라고 말하는 것이로구만?]

오스만 장로는 콜베르가 그린 사이토의 손에 나타난 룬문자의 스켓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그 소년의 왼손에 새겨진 룬은, 전설의 사역마 '간달브'에게 새겨진 것과 완전히 같은 것입니다!] [그래, 자네의 결론은?] [그 소년은, '간달브'입니다! 이게 큰일이 아니라면, 어찌된 일입니까! 올드 오스만!]

콜베르는 벗겨진 머리를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기세좋게 외쳐댔다.

[흠..... 확실히, 룬이 같군. 룬이 같다고 하는 것은, 단순한 평민이었던 그 소년은, '간달브'가 되었다, 라고 하는 것이 되는게로군.] [어떻게 할까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결론짓는 것은 섯부른 것일지도 모를세.]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오스만씨는 탁탁하고 책상을 두드렸다.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문의 저편에서, 미스 롱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접니다. 올스 오스만.] [무슨일인가?] [베스트리의 광장에서, 결투를 하고 있는 학생이 있는 것 같습니다. 큰 소란이 되가는 것 같아 교사에게 멈추게 하려고 했지만 학생들에게 방해되어 멈출 수 없었습니다.] [에잉, 한가해서 어쩔줄 모르는 귀족들만큼 질이 나쁜 생물도 그리 없을테지. 그래, 누가 날뛰고 있는 겐가?] [한명은, 기슈 드 그라몬.] [그 그라몬 댁의 바보 아들인가. 아버지도 색의 길에선 강자였던 같더니, 자식은 한술 더 떠서 여자를 밝히는구만. 보나마나 여자아이를 가지고 싸우는 것일테지. 상대는 누군가?] [...그게, 메이지가 아닙니다. 미스 바리엘의 사역마인 소년입니다.]

오스만씨와 콜베르가 얼굴을 마주 봤다.

[교사들은, 결투를 멈추기 위해 '수면의 종'의 사용허가를 바라고 있습니다.] [바보같은. 그저 아이들의 싸움을 멈추는데, 보물을 사용해서 어쩌자는 겐가. 내버려 두게나.] [알겠습니다.]

미스 롱빌이 떠나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콜베르는 침을 삼키고는 오스만씨를 재촉했다.

[올드 오스만.] [음.]

오스만씨는 지팡이를 흔들었다.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거울에, 베스트리 광장의 상황이 펼쳐졌다.


사이토는 놀라고 있었다. 검을 잡은 순간, 몸의 통증이 사라졌다. 자신의 왼손의 룬이 빛나고 있는 것도 눈치챘다. 그리고......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마치 날아갈 것만 같다. 거기에 왼손에 잡은 검이 자신의 몸의 연장인 것처럼 손에 익숙하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검같은 건 잡은 적도 없는데. 검을 잡은 사이토를 보고 기슈는 차갑게 웃었다.

[우선은, 칭찬해주지. 여기까지 메이지에게 대드는 평민이 있다는 것에, 솔직히 감격했다.]

그리고 손에든 장미를 흔들었다. 그 조화로 된 장미가 아무래도 마법의 지팡이인것 같다. 어디까지나 아니꼬운 자식이다. 그런 걸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에 놀란다. 이렇게 몸이 엉망진창인데도, 대체 나는 어떻게 된걸까. 기슈의 골렘이 덮쳐온다. 청동의 덩어리. 전쟁의 처녀 왈큐레의 모습을 한 동상이 느릿한 움직임으로 사이토에게 향하고 있다. 뭐야, 라고 생각했다. 저런 느린 녀석에게 지금까지 좋을대로 다뤄진건가. 사이토는 뛰어들었다.

자신의 골렘이 점토인것 처럼 사이토에게 잘려지는 것을 보고, 기슈는 할말조차 잃은 채 신음소리를 냈다. 털석하는 소리를 내며 완전히 두동강이 난 골렘이 지면에 떨어진다. 동시에, 사이토는 기슈를 향해서 바람처럼 돌진해 왔다. 기슈는 당황하며 장미를 흔들었다. 꽃잎이 춤추고 새로운 골렘이 여섯 대 나타났다. 전부 일곱 대의 골렘이 기슈의 무기다. 한대만 사용한 것은 그걸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골렘이 사이토를 포위한체 일제히 춤추듯이 덤벼든다. 그리고 순식간에 짖눌리는 듯.....처럼 보인 순간, 다섯 대의 골렘이 산산조각으로 잘려나간다. 휘두르는 검이 보이지 않는다. 빠르다. 저런 식으로 검을 쓸 수 있는 인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순식간에 남은 한 대를 기슈는 자신의 방패로 세운다. 다음 순간, 그 골렘은 손쉽게도 조각난다.

[힛!]

기슈는 맨얼굴에 발차기를 맞고 날아가 지면에 굴렀다. 사이토가 자신을 향해서 도약하는 것이 보였다. 당한다!라고 생각해 머리를 감쌌다. 차악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부들부들 떨면서 눈을 떠보니..... 사이토가 검을 기슈의 오른 쪽의 지면에 검을 꽂고 있었다.

[계속 할꺼냐?]

사이토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기슈는 고개를 흔든다.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있다. 떨리는 목소리로 기슈는 말했다.

[져, 졌다.]


사이토는 검에서 손을 떼고 걸어갔다. 저 평민, 제법 하잖아! 라던가, 기슈가 졌다! 라는 구경하고 있던 녀석들에게서 환성이 들려온다. 이긴....건가? 어째서? 사이토는 멍하니 생각했다. .....나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중간까지 너덜너덜하게 당하고만 있었다. 그것이, 검을 잡은 순간 몸이 깃털이라도 된것 처럼 느껴졌다. 정신차리고 보니, 기슈의 골렘을 모두 베어내버렸다. 내가, 검 같은거 쓸 수 있었던가? 모르겠다. 하지만 뭐, 어찌됐든 이긴것이니까, 좋게 생각하자. 나중에 생각하자. 왠지 엄청 지쳤다. 쉬고싶어. 루이즈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어이-, 이겼다고, 라고 말하려고 했더니, 무릎에 힘이 빠졌다. 무거운 피로감이 몸에 엄습한다. 의식이 갑자기 멀어지더니, 사이토는 쓰러졌다.

갑자기 쓰려지려는 사이토의 몸을, 달려온 루이즈가 잡으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않았다. 털썩하고, 사이토는 지면에 쓰러졌다.

[사이토!]

쓰러진 사이토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죽지는 않은 것 같다.

[쿨....]

숨소리가 들려온다. 자고 있는 것이다.

[자고있네....]

루이즈는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기슈가 일어서서 머리를 흔든다.

[루이즈. 그는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이 나의 '왈큐레'를 쓰러뜨리다니...] [단순한 평민이잖아.] [단순한 평민에게, 내 골렘이 질거라고는 생각 할 수 없어.] [흥이다. 네가 약한것 뿐이잖아?]

루이즈는, 사이토를 안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버티지 못하고 넘어져버렸다.

[아아 정말! 무겁잖아! 바보!]

주변에서 보고 있던 학생중 누군가가 사이토에게 '레비테이션'을 걸어주었다. 떠있는 사이토의 몸을, 루이즈가 밀었다. 방으로 옮겨서, 고쳐주지 않으면. 루이즈는 눈을 슥삭슥삭 문질렀다. 아플것 같고, 불쌍하고, 울것만 같다. 검을 잡으니 갑자기 강해졌지만, 그전대로 였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사이토가 이긴 일보다, 그쪽이 일이 중요하다. 이 바보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평민인 주제에, 이상한 자존심이나 내세우고....

[사역마인 주제에, 제멋대로만 행동하고!]

루이즈는 자고 있는 사이토에게 소리쳤다. 안심한 다음에는, 왠지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오스만씨와 콜베르는 '원견의 거울'로 일련의 소동을 보고서, 얼굴을 맞대었다. 콜베르는 떨면서 오스만씨의 이름을 불렀다.

[올드 오스만.] [음.] [저 평민, 이겨버리고 말았습니다만...] [음.] [기슈는 가장 레벨이 낮은 '닷'메이지입니다만, 그렇다해도 단순한 평민에게 뒤쳐질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 움직임! 저런 평민은 본적도 없습니다. 역시 그는 '간달브'가!] [으으음.]

콜베르씨는 오스만씨를 재촉했다.

[올드 오스만. 어서 왕실에 보고해서, 지시를 받지 않으면....] [그럴 필요는 없네.]

오스만씨는 엄숙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얀 수염이 엄격하게 흔들린다.

[어째서입니까! 이것은 세기의 대발견입니다! 현대에 되살아난 '간달브'!] [미스터 콜베르. '간달브'는 단순한 사역마가 아닐세.] [말씀대로입니다. 시조 브리밀이 사용했던 '간달브'. 그 모습은 기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주인의 영창시간을 지키기 위해 특화된 존재라고 들어왔습니다.] [그렇네. 시조 브리밀은, 주문을 외우는 시간이 길었다.... 그 강력한 주문 탓에. 알고 있는 대로 영창시간중의 메이지는 무력하네. 그런 무력한 사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시조 브리밀이 사용한 사역마가 '간달브'일세. 그 강력함은.....]

그 뒤를, 콜베르는 흥분한 어조로 이어나갔다.

[천명의 군대를 혼자서 괴멸시킬만한 힘을 지니고, 그 위에 평범한 메이지로는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였다고!] [그런데, 미스터 콜베르.] [예.] [저 소년은, 정말로 단순한 인간인 겐가?] [예. 어디서 봐도 단순한 평민이 소년이었습니다. 미스 바리엘이 불러낸 사이에, 혹시 몰라 '디텍트 매직'으로 확인해 보았습니다면, 정진정명 단순한 평민소년이었습니다.] [그런 단순한 소년을, 현대의 '간달브'로 만든것은 어디의 누구인겐가?] [미스 바리엘입니다만....] [그녀는 우수한 메이지인가?] [아니오, 라기보단 오히녀 무능하다고 할까...] [그럼, 여기서 두가지가 문제일세.] [그렇군요.] [무능한 메이지가 계약한 단순한 소년이, 어째서 '간달브'가 되었는가. 정말이지 문제일세. 이유를 알 수 없어.] [그렇군요...] [어찌됐든, 왕실의 멍청이들에게 '간달브'와 그 주인을 넘길 수는 없네. 그런 장난감을 쥐어줘서는 또다시 모여가지고 전쟁을 일으킬테지. 왕실에서 한가한 녀석들은 정말이지, 전쟁을 좋아하지 말일세.] [예에. 학원장의 심모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건은 내가 맡겠네. 다른 의견은 필요없어. 미스터 콜베르.] [예, 예! 알겠습니다.]

오스만씨는 지팡이를 들고 창가로 걸어갔다. 머나먼 역사의 저편으로 생각이 날아간다.

[전설의 사역마 '간달브'인가.....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 꼬.]

콜베르는 꿈 꾸듯이 중얼거렸다.

['간달브'는, 어떠한 무기도 사용해내고, 적과 대치하였다고 했으니......] [흠.] [적어도 손과 팔을 가지고 있었겠죠.]


아침 햇살로 사이토는 눈을 떴다. 몸 여기저기에 붕대가 감겨 있다. 맞아. 나는 그 재수 없는 기슈하고 결투해서, 너덜너덜하게 얻어터져서... 거기에서 왠지 검을 잡았더니 역전하고...... 기절한 것이다. 루이즈의 방이였다. 자신은 아무래도 루이즈의 침대에서 자고 있는것 같다. 루이즈는 의자에 앉아 책상에 기댄체 자고 있다. 왼손에 룬을 생각해냈다. 이 룬이 빛을 내기 시작하더니, 자신의 몸이 깃털처럼 움직이고, 몸의 연장인 것처럼 잡은 적도 없는 검을 휘두르고, 기슈의 골렘을 베어버렸다. 왼손의 룬은 지금은 빛나고 있지 않다. 뭐였던 걸까. 그것은..... 그런식으로 왼손을 바라보고 있을 때, 노크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시에스타였다. 그, 사이토에게 주방에서 스튜를 준 평민 소녀였다. 변함없이 메이드 모습으로, 머리끈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해두었다. 그녀는 사이토를 보고 미소지었다. 은제 트레이 위에 빵과 물이 놓여져 있다.

[시에스타...] [눈을 뜨셨어요. 사이토씨] [응...., 나는....] [그때부터, 미스 바리엘이 여기가지 당신을 날라서 자게했어요. 선생님도 불러서 '치유'의 주물을 걸어 주셨답니다. 정말 큰일이었어요.] ['치유'의 주문?] [그럼요. 상처나 병을 고치는 마법이에요. 알고 계시죠?] [아니....]

사이토는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서의 상식이 사이토에게 통할거라고 생각해버리면 곤란하지만, 말해도 별 수 없다.

[치유의 주문을 쓰기위한 비약의 대금은 미스 바리엘이 내 주셨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아무말도 없으니, 돈걱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게나 들어? 비약의 가격이란게.] [에, 평민이 낼만한 금액은 아니에요.]

사이토는 일어서려고 했다가 신음소리를 냈다.

[아윽!] [아, 움직이면 안되요. 그만큼 크게 다쳐서는, '치유'의 주문으로도 완전히는 낫게할 수는 없어요! 제대로 쉬지 않으면!]

사이토는 끄덕이고 침대에 누웠다.

[식사를 가져왔어요. 드셔주세요.]

시에스터는 은제 트레이를 사이토의 머리맡까지 가져왔다.

[고마워..... 나는 어느정도 자고 있었어?] [삼일밤낮, 계속 주무시고 계셨어요. 눈을 뜨지 않는게 아닐까하고, 모두 걱정했어요.] [모두라면?] [주방의 모두요...]

그렇게 말하곤 시에스타는 부끄러운듯이 고개를 숙였다.

[왜그래?] [저....., 죄송해요. 그때 도망가버려서...]

식당에서 기슈를 화나게 했을 때, 그녀는 겁에 질려서 도망가버렸다.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아. 사과할 만한 일도 아니고.] [정말로, 귀족은 무서운 분이에요. 저같은 마법을 쓸 수 없는 단순한 평민에게는...]

시에스타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 무섭지가 않아요! 저, 사이토씨를 보고 감격했어요! 평민이라도 귀족에게 이길수 있구나 하고!] [그래......하하.]

정말로 어떻게 이긴것일까. 불가사의하다. 왠지 멎쩍어져서 사이토는 머리를 긁었다. 부러진 오른팔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움직이면 다소 아프긴하지만, 뼈는 붙어있는 것 같다. 이야아, 이게 마법인가. 사이토는 묘하게 감탄했다. ....확실히 자랑할만 하네.

[혹시, 계속 간병해준거야?]

사이토는 몸에 감긴 붕대를 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아니라, 저기의 미스 바리엘이....] [루이즈가?] [예. 사이토씨의 붕대를 갈거나, 얼굴을 닦아 드리거나..... 계속 주무시지도 않고 하셨으니, 지치신것 같네요.]

루이즈는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면서 자고 있다. 긴 속눈썹 아래에 커다란 기미가 생겨있었다. 여전히 자는 얼굴은 귀엽다. 인형같았다. 상냥한 구석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그 얼굴이 엄청 귀엽게 보였다. 루이즈가 눈을 떴다.

[후아아아아아.]

크게 하품 하고선, 기지개를 편다. 그리고 침대위에서 눈을 껌뻑이는 사이토를 알아챘다.

[어머, 일어났네. 너.] [으, 응.]

사이토는 얼굴을 숙였다. 고맙다는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저기, 루이즈.] [뭐야.] [고마워, 그리고 걱정 끼쳐서 미안해.]

루이즈가 일어섰다. 그리고 사이토에게 다가온다. 사이토는 두근두근 했다. 잘했어! 멋있었어! 라던가, 키스라도 해주려는 걸까나.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루이즈는 사이토의 모포를 치우고서, 멱살을 잡았다.

[나았으면, 얼른 침대에서 나와!]

멱살을 잡은채, 루이즈는 사이토를 잡아당겼다.

[하! 아긋!]

사이토는 바닥에 굴러갔다.

[야, 너! 이쪽은 병자라고!] [그만큼 말할 수 있으면 충분해!]

사이토는 일어섰다. 아직 몸은 아프지만, 움직이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더 자게해줘도 되지 않은가.

[그, 그럼 저는 이만....]

시에스타는 쓴웃음을 띄운채, 방을 나갔다. 불똥 튀는게 두려워진것 같다. 루이즈는 사이토에게 옷이나 속옷의 산더미를 던졌다.

[하긋!] [네가 자고 있는 동안에 밀린 세탁물이다. 그리고, 방 청소. 빨리 해둬.] [너말야....]

루이즈는 힐끔 사이토를 노려보았다.

[뭐야. 기슈를 쓰러뜨린 정도로 기사님이라도 된 줄 알아? 축하받고 싶은거야? 바보아니야?]

사이토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루이즈를 바라보았다. 아까전에 귀엽다고 생각한 것을 취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침대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루이즈는 이 세상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만큼 사랑스러웠다. 긴 복숭아 색이 깃든 금발머리가 흔들린다. 깊은 갈색의 눈이, 장난스럽게 빛나고 있다. 건방지고, 거만하고, 제멋대로이지만, 으음, 취소하는 것도 뭣하지만 용모만큼은 확하고 다가온다. 손가락을 세우고, 이겼다는 듯이 루이즈가 말했다.

[잊지마! 너는 내 사역마이니까!]